<책상 서럽 속의 동화(Not One Less)>는 1999년 장이모 감독의 서정성과 따뜻함이 물씬 배어 있는 작품으로 시골학교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감독의 시선이 깃들어 있는 가볍고 경쾌한 보석 같은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선생이 되다
전교생이 서른 명이 채 안 되는 시골학교에 근무하는 가오 선생은 늙은 어머니가 아파서 한 달간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그래서 임시 선생님을 구하게 됩니다. 마을 촌장님은 임시 선생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겨우 13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를 데리고 옵니다. 가오 선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촌장님에게 당장 따지지만 달리 방도가 없던 가오 선생은 아이들이 단 한 명이라도 학교를 떠나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하고, 만약 약속을 지킬 경우 돌아와 10위안을 더 주겠다고 합니다. 급한 대로 한 달 동안 대리선생이 됩니다.
어린 선생
어린 선생은 성실하게 매일 출석을 부르고 교과서 내용을 칠판에 적어 받아쓰게 했습니다. 어린 선생에게 중요한 건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선생은 칠판에 공부할 내용을 쓰고 나서 교실 문 밖에서 아이들을 감시합니다. 그러나 열 살인 장휘거는 늘 말썽입니다. 가오 선생님께서 아껴 쓰라고 주고 간 분필을 부러뜨리고 아이들을 못 살게 합니다. 심지어 어린 선생에게도 대듭니다. 어린 선생은 장휘거에게 벌을 줍니다. 그러다 일이 벌어집니다. 장휘거가 학교를 떠나고 맙니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도시로 돈을 벌러 간 것입니다. 그때 어린 선생은 가오 선생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이 학생들은 한 명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절대 줄어들어선 안돼!"
어린 선생은 장휘거를 찾으러 도시에 갈 것을 결심합니다.
도시로 간 어린 선생
장휘거를 찾아오고야 말겠다는 어린 선생의 집념을 대단했지만 비용이 문제입니다. 남아 있는 학생들은 모두 비용 마련을 위해서 나서기로 합니다. 결국 선생과 학생들은 벽돌공장에서 찍어낸 벽돌을 나르는 일을 하고 겨우겨우 차비를 마련합니다. 도시로 간 어린 선생은 부지런히 장휘거를 찾아 헤맵니다. 종이와 붓을 사서 광고지를 만들어 돌리지만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배가 고파서 길거리 음식점에서 손님이 먹다 남긴 국수를 몰래 먹기도 합니다. TV광고를 내고자 방송국에 찾아가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방송국장을 만나고자 밤을 새워가며 출입문 앞에서 기다립니다. 결국 방송국장의 도움으로 장휘거를 찾기 위해 TV에 나가게 되고 장휘거를 만나 시골학교로 돌아옵니다. 열악한 시골학교가 TV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학용품을 보내 줍니다. 순박한 시골학교 학생들과 어린 선생은 빨강, 노랑, 파랑 분필을 소중하게 다루며 칠판에 각기 한 가지씩 소망을 쓰게 됩니다.
행복, 평화, 우정, 가족........, 가슴 뭉글한 장면입니다
가난 그리고 교육환경
열악한 교육환경도 문제이지만 가난 때문에 고향을 떠나 돈벌이를 해야 하는 어린이들을 우리는 그대로 방치해서 안됩니다. 우리나라도 아직 밥을 굶는 어린이가 삼십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먹는 뿐만 아니라 교육도 인간의 기본권입니다. 그런 기본권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교육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가오 선생과 어린 선생에게 인간미를 느끼는 동시에 교사평가제를 거론하고, 학원 없이는 공부할 수 없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생각하게 합니다.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우리나라 6, 70년대 시골학교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런 코를 훌쩍이다 손등으로 쓰윽 문질러 닦는 어린이들,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때마다 신작로의 부연 먼지, 책 보따리를 걸머진 아이들이 열 지어 재잘거리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정겹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추억 속의 그림 한 장이 마음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