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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루(To Live), 삶의 의미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by 허니남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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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루(To Live)> 1952년 작,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감독으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으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의미한 삶을 살아온 한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일본 흑백영화입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To Live)

 

반복되는 일상

'이키루'는 '살다'라는 뜻의 일본 말입니다. 이 영화는 구청에 30년 동안 근무하며 '시민과정'직에 머무른 와타나베의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30년 동안 하루도 결근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한 인물로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은 모범공무원입니다. 그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내레이터 목소리를 통해 살아 있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한 삶을 사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젊어서 아들 하나를 남기고 아내가 죽었지만 재혼을 하지 않고 혼자 20년 동안 아들을 키워 며느리까지 본 상태이지만 지금은 아들과도 관계가 단절된 지 오래되었다. 구청 시민과에서 해야 할 일들도 적당히 다른 부서로 떠  넘기고, 과묵하며 점심도 한결 같이 우동만 먹는 생활은 아무런 변화도 없고 목적의식이나 도전도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절망 그리고 시작

어느 날 와타나베는 위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30년 동안의 결근하지 않은 기록을 깨고 병원에 갑니다.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진찬실에서 다른 위암 환자는 마치 저승사자처럼 수다를 떨며 "의사가 먹고 싶은 것은 아무것이나 먹어도 된다고 말하면, 그건 당신이 1년 안에 죽을 거라는 뜻이다." 그런데 의사는 와타나베에게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만 그는 절규합니다. "나는 아직 죽을 수 없어요. 이 나이까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자신의 병을 부인하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등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던 중 술집에서 만난 청년에게 아들에게는 하지 못한 자신의 병을 처음으로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청년은 와타나베의 가련한 사연을 듣고 함께 술과 음식, 노래, 춤, 예쁜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처음으로 삶의 유희를 맛보게 하지만 마음이 안정되거나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와타나베는 알게 됩니다. 삶에 대한 회의와 자랑스럽게 방을 차지하고 있던 표창장,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아들, 모든 것이 소용없을 알고 절망하고 있을 때 구청에서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이 사직서를 들고 그를 찾아옵니다. 퇴사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듣고 와타나베는 그녀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게 되고 특히 부하 직원들의 별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부서 직원으로만 느꼈던 이들을 이제는 한 인간으로서 느끼게 됩니다.  공무원으로 자리를 지키며 아무런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대신, 보기에는 보잘것없지만 자신이 진정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그녀를 보며 자신과의 다른 면에 감탄하고 동경과 함께 위로를 받습니다.  와타나베는 절망하면서도 죽기 전에 단 하나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얼마 전 구청을 찾아와 집 주위에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여자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그때 그 일이 시민과의 일이 아니라며 토목과로 보냈습니다. 여자들은 공무원들이 모두 자기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 미루는 바람에 토목과, 공원과, 보건소, 위생과, 환경과, 소방서, 교육과, 시의회를 돌다가 다시 시민과로 오게 되었다고 항의를 하고 갔던 것입니다. 

 

변화의 불씨

그는 여자들의 민원을 해결하는데 마지막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드디어 공원이 개원식 하는 날, 그는 눈 내리는 공원 그네에 앉아 " 사랑스러운 아가씨, 인생은 짧으니 사랑에 빠지세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얼어 죽습니다. 영화에서는 와타나베가 공원을 짓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을 순차적으로 보여 주지 않고, 와타나베의 장례식장에서 술에 취한 동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하나 되살립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와타나베를 본받아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음 날 신임 시민과장은 시민과를 찾아온 민원인을 시민과의 일이 아니라며 토목과로 보냅니다. 이전에는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그냥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말단 직원 하나가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과장에게 항의를 합니다.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고착화된 공무원 조직문화가 쉽게 바뀔 리는 없지만, 와타나베는 변화의 불씨를 남기고 떠나간 것입니다. <이키루(To Live)>라는 영화는 우리들에게도 반성과 변화를 불씨를 지필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죽는 순간에 후회하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해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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