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는 주인공 슈미트를 통해 삶에 뒤늦게 찾아온 변화에 적응해 가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현대 노인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어 더 현실적인 노인의 문제를 실감 나게 표현한 전 세계가 반해버린 바로 그 영화
준비되지 않은 은퇴
40년 넘게 일해온 보험회사를 정년퇴직하는 날, 슈미트는 미련이 남는 듯 사무실을 나서면서 문을 닫기 전 자신이 평생 몸 담았던 보험회사 사무실을 한참 둘러본다. 하지만 그곳은 더 이상 슈미트가 있을 곳이 아닙니다. 한 번 지나간 시계바늘을 뒤로 돌릴 수 없듯이 슈미트가 보낸 60년이라는 세월은 그의 곁을 영원히 떠나버립니다. 은퇴를 한 뒤 슈미트는 부인인 헬렌과의 편안한 노후를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하느라 변변히 여행 한 번 가지 못하고 살았던 슈미트는 캠핑카를 사서 부인과 여행을 하면서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기로 계획합니다. 하지만 은퇴 후 삶을 계획하지 않은 그는 남아도는 시간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을 합니다. 일찍일어나도 할 일이 없고 그저 신문의 낱말 맞추기나 하고 소파에 누워 TV리모컨만 만지작거립니다.
아내와의 사별
공허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부인인 헬렌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런데 슈미트는 자신을 그리도 아껴주었던 부인에게 그동안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유품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어 허탈감에 빠집니다. 설상가상 아내의 장례식에 찾아온 딸 지니는 예비 사위 랜들를 데려오지만 형편없는 침대 외판원인 그를 슈미트는 딸 지니와 결혼하지 못하도록 노력합니다. 하지만 슈미트도 결국 어쩔 수 없이 딸 지니와 랜들의 결혼을 축복해 주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하나 있는 딸에게 함께 살자고 청하지만 딸 지니는 자신의 삶을 강조하며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참으로 냉정합니다
행복 찾기
어느 날 그는 아프리카에 사는 어린이를 후원하는 편지를 쓰게 됩니다. 슈미트는 그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그가 보내는 후원금과 편지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보다는 슈미트 자신을 향해 보내는 구조 신호처럼 보입니다. 마침내 그는 커다란 캠핑카를 준비해 살림살이를 싣고 여행을 떠납니다. 쓸쓸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커다란 캠핑카를 끌고 이곳저곳을 방문하지만 그를 반겨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딸의 집을 찾아가지만 딸 또한 냉정합니다. 그는 사돈이 된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지만 가슴 한 켠은 쓸쓸할 뿐입니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 살아가야 되기 때문입니다.
삶이란
사회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노후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우리의 생명은 의학의 발전으로 조금씩 연장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제 아무리 물질이 우리의 몸을 편하게 한다 해도 인간만이 채울 수 있는 것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는 너나 할 것 없이 외로움과 소외라는 병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바웃 슈미트>의 주인공 슈미트 또한 그 어떤 약으로도 치료될 수 없는 외로움이라는 병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선택한 대안, 그것은 어린 소년을 향해 미래의 메시지를 쓰는 것입니다. 누군가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는 가난한 아프리카 소년에게 전달될 후원금은 거꾸로 슈미트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채널이 됩니다
<어바웃 슈미트>는 누구나 건너야 할 노후의 강을 어떻게 건널지에 대한 물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과 노인들은 이 사회의 같은 구성원들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의 소외와 고통을 외면한다면, 이제 성큼 다가온 노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길은 영영 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왜 우리는 같이 사는 법만 배우고 혼자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하는가?"